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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한국 좀비 영화의 레전드가 뭐냐고 물어보면 백이면 백 모두가 가장 먼저 입을 모아 말하는 작품이 바로 '부산행'입니다.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보고 진짜 신선한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KTX 열차를 탈 때마다 통로 뒤쪽을 괜히 힐끔거리게 만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 나는데, 오랜만에 다시 꺼내 봐도 그 특유의 숨 막히는 속도감과 쫄깃한 서스펜스는 여전하더라고요. 사실 이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좀비물이라고 하면 서양 할리우드의 전유물인 줄로만 알았는데, 우리나라의 좁고 익숙한 기차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이렇게 완성도 높은 재난 스릴러를 만들어냈다는 것 자체가 볼 때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론가들이 쓰는 딱딱하고 어려운 전문 용어나 분석 문구는 다 걷어내고, 그냥 방구석에서 팝콘 들고 땀 뻘뻘 흘리며 감상한 평범한 일반인 관객 입장에서 가슴 깊이 남았던 솔직한 제 감상들을 세 가지 이야기로 편하게 풀어보려고 합니다.
K-좀비의 시발점이 된 압도적인 속도감과 생존을 향한 사투
솔직히 이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좀비라고 하면 미국의 유명 드라마 '워킹데드'처럼 어기적어기적 느리게 걸어오는 둔해 터진 서양 좀비들만 머릿속에 가득했었거든요. 그런데 온몸의 관절을 기괴하게 꺾으면서 짐승처럼 맹렬한 속도로 질주하는 한국형 좀비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 시각적인 충격은 지금 다시 봐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생생합니다. 특히 무대가 되는 공간이 시속 300km로 달리는 밀폐된 KTX 열차 안이라는 설정 자체가 신의 한 수이자 정말 엄청난 대박이었습니다. 탈출할 곳도 없고 제대로 숨을 곳도 마땅치 않은 그 좁고 긴 기차 복도에서 좀비들이 떼거지로 덮쳐올 때의 압박감은, 평범한 관객 입장에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긴장감을 선사하더라고요. 영화를 보는 내내 '만약 내가 저 출근길 기차에 타고 있었다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는 현실적인 간접 대입을 끊임없이 하게 되면서 제 손에도 마른침이 꽉 고였습니다. 맨몸으로 유리창을 깨부수며 달려드는 좀비들과 맞서 싸우는 주인공 일행의 사투를 보면서 제 심장 박동수도 기차 속도만큼이나 빨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가장 소름 돋았던 최고의 명장면은 중간에 대전역에 잠시 정차했을 때, 안전할 줄 알았던 군인들마저 이미 좀비로 변해 광장을 가득 메우며 생존자들을 향해 질주하는 시퀀스였습니다. 믿었던 국가 시스템마저 완전히 붕괴했다는 절망감과 함께 무자비하게 쫓아오는 좀비 군단의 비주얼은 극장에서 직관했을 때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을 정도였어요. 이후 다시 기차에 올라타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 좀비들이 앞을 보지 못하고 오직 소리에만 반응한다는 규칙을 알아채고, 선반 위로 조심조심 기어가거나 스마트폰 벨 소리를 이용해 기만하며 한 칸 한 칸 전진하는 야간 돌파 장면은 스릴러 장르가 줄 수 있는 극상의 장르적 카타르시스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한정된 좁은 공간의 한계를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과 빠른 편집 속도로 극대화하여 단 1초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엄청난 생존 드라마였습니다.
재난 속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씁쓸함과 약간의 아쉬운 비평
부산행이 단순히 좀비랑 치고받고 싸워서 이기는 뻔한 오락 영화를 넘어 웰메이드 명작으로 평가받는 진짜 이유는, 재난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추악한 이기심과 본성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꼬집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내 딸 수안이만 챙기면 된다"라며 이기적인 마인드를 가졌던 주인공 석우가, 상화와 성경 부부를 만나고 함께 사투를 벌이면서 점차 타인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인물로 성장해 가는 인물 변화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반면에 김의성 배우님이 연기한 고속버스 회사 상무 '용석'이라는 인물은 진짜 보는 내내 혈압이 머리끝까지 솟구치게 만들 정도로 이기심의 끝판왕을 보여줍니다. 자기가 살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고, 간신히 사선을 넘어 돌아온 주인공 일행을 감염자라며 선동하고 몰아세우는 모습을 볼 때는 진짜 주먹으로 화면을 때리고 싶을 만큼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만약 실제 저런 재난이 터진다면 현실의 대다수 사람들도 용석처럼 행동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묘하게 현실 사회의 비정함이 투사되면서 씁쓸하고 묵직한 페이소스가 남더라고요.
여기서 평범한 시청자 입장에서 솔직하게 아주 미세한 비평을 한 구절 덧붙이자면,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극의 분위기를 너무 대놓고 눈물을 짜내기 위한 한국식 신파 서사로 몰고 간 점은 약간의 호불호 포인트이자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특히 주인공들의 감정이 격해지거나 희생하는 순간마다 깔리는 너무 과하고 서글픈 배경음악이나,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인물들의 대화와 회상 신이 다소 길어지면서 좀비 재난물 특유의 팽팽했던 긴장감과 전개 속도가 순간적으로 뚝 떨어지는 듯한 아쉬운 느낌을 받았거든요. 고등학생 야구부 멤버인 영국과 진희의 로맨스 서사나 그들의 퇴장 방식도 다소 작위적이고 극적인 눈물을 위해 소모적으로 그려진 면이 없지 않아 있어서 전체적인 각본의 세련미 면에서는 조금 투박하다는 비평적 시선이 남기도 합니다. 조금 더 드라이하고 깔끔하게 생존자들의 사투에만 포커스를 맞췄다면 스릴러로서의 완성도가 한층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독한 절망 끝에 피어난 눈물겨운 부성애와 무조건 추천하는 이유
이 영화의 마지막 클라이맥스와 엔딩 장면은 진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역대급 피날레를 자랑합니다. 마동석 배우가 연기한 상화가 만삭인 아내 성경을 지키기 위해 몸으로 문을 막아서며 마지막 순간까지 좀비들을 막아내던 웅장한 희생정신부터 시작해서, 후반부에 석우가 결국 좀비에게 물린 뒤 딸 수안이를 안전한 기관실에 대피시키고 홀로 기차 뒷동승 칸으로 걸어 나가는 장면은 정말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습니다. 이성적인 판단력을 잃고 괴물로 변해가는 와중에도 딸을 처음 품에 안았던 가장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고, 기차 난간 너머로 그의 그림자가 조용히 떨어지는 롱테이크 실루엣 샷은 제 영화 관람 인생을 통틀어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최고의 명장면이었습니다. 절망적인 재난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피어나는 눈물겨운 부성애와 사랑의 가치를 끝까지 완벽하게 옹호하며 증명해 냈으니까요.
저는 이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혹은 그냥 흔한 자극성 좀비 액션물인 줄 알고 가볍게 넘기셨던 분들이 있다면 정말 제 이름을 걸고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해 보시라고 강력하게 옹호하고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나오는 수많은 크리처물이나 한국형 재난 영화들을 보면 스케일만 그럴싸하게 키워놓고 정작 스토리의 알맹이나 인물의 매력이 없어서 다 보고 나면 피로감만 남는 작품들이 참 많잖아요. 하지만 부산행은 단 2시간이라는 타이트한 러닝타임 동안 심장을 쥐고 흔드는 완벽한 서스펜스와 귀를 울리는 타격감, 그리고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뜨거운 인간미까지 삼박자를 완벽하게 갖춘 역대급 웰메이드 대작입니다. 마지막 어두운 터널 속에서 수안이가 울먹이며 아빠를 위해 부르는 노래가 울려 퍼질 때 밀려오는 웅장한 여운과 위로는 다른 영화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최고의 감동입니다. 다가오는 주말이나 휴식 시간에 방구석에서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고품격 서스펜스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무조건 선택해 보세요. 절대 후회 없는 눈부신 시간과 진한 위로를 선물해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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